[서호정] 큰 경기에서 신화용이 빛나는 이유

发布日期:2019-07-15

29일 벌어진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은 조금 과장해서 지난 시즌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보는 느낌이었다. 원정팀 수원은 경기 하루 전 서정원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는 충격 속에서도 원정에서 3-0 완승을 거뒀다. 

객관적 전력에 대한 평가는 그저 평가일 뿐이다. 더 강한 동기부여와 적극성으로 무장한 팀 앞에서 전력과 전적은 무의미했다. 후반 35분 나온 데얀의 선제골 이후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수원은 3골을 터트렸다. 이날 그들이 기록한 유효슈팅은 3개였다. 전북 앞에서 늘 작아지던 수원은 원정에서 거둔 큰 승리에 선수단과 팬들 모두 엔도르핀이 과다 분비된 듯 환호했다. 

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데얀의 양발이었지만, 그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 분위기를 지탱한 것은 골키퍼 신화용이었다. 신화용이 있어서 수원은 냉정하고 굳건하게 75분을 버틴 뒤 지친 전북의 뒷문을 공략할 수 있었다.

성적이 중요한 학원 축구 지도자들에겐 절대적인 믿음 하나가 있다. 팀을 만들 때 좋은 골키퍼부터 영입하라는 것이다. 토너먼트에서 골키퍼의 존재감은 극대화된다. 좋은 골키퍼를 둔 덕에 승부차기로 올라가 우승하는 경우도 있다. 이날의 신화용이 왜 토너먼트에서 골키퍼가 중요하다고 하는지 증거가 됐다.  

전북은 전반과 후반 들어 총 세 차례 득점 기회가 있었다. 하지만 수원은 신화용의 선방과 적극적인 리딩으로 버텼다. 후반 손준호의 완벽한 프리킥을 걷어내는 장면이 백미였다. 최근 화제가 됐던 경남FC의 골키퍼 이범수도 인상적이었지만, 신화용 역시 이날 전혀 뚫릴 것 같지 않은 포스를 보여줬다. 

여름 들어 경기력이 롤러코스터를 탄 수원은 전남 원정에서 6골이나 내주며 충격패를 기록했다. 울산 원정, 그리고 슈퍼매치에 이은 리그 3연패였다. 서정원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불신이 극적으로 올라간 시점이기도 하다. 전남전 패배 후 AFC 챔피언스리그도 물 건너갔다는 자괴감을 팬덤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. 운도 따르지 않았다. 이어진 제주 원정에서는 태풍 솔릭을 만나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이틀 더 고립됐다. 

수원이 반전의 기점으로 삼은 것은 경남과의 홈 경기였다. 곽광선의 레이저슛이 결승골이 되며 1-0으로 승리했지만 그때도 반전의 시발점은 0-0 상황에서 신화용이 네게바의 페널티킥을 막은 장면이었다. 길게 돌아보면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. 1차전에서 울산에게 0-1로 패하고 홈으로 돌아온 수원은 2골 차로 앞서던 후반 14분 페널티킥을 허용했다. 거기서 실점하면 원정 다득점에서 멀리는 상황이었다. 신화용은 그때도 오르샤의 페널티킥을 막아냈고, 수원은 1골 더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. 

지난해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던 수원을 수렁에서 건진 것도 신화용이었다. 강원 원정에서 1-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허용한 페널티킥을 신화용이 막으며 그대로 끝났고, 수원은 리그 7경기 만에 첫 승을 달성했다. 시즌 마감 때 수원은 리그 2위였다. 포항 시절 AFC 챔피언스리그, FA컵 등에서 보여준 중요한 세이브는 이제 꽤 먼 이야기가 됐다. 

월드컵 휴식기 후 수원이 불안한 경기력을 반복한 이유 중 하나는 골키퍼였다. 팀이 기대하는 젊은 골키퍼 노동건은 포지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안정감을 꾸준히 보여주지 못했다. 전남전 때도 아쉬운 미스로 실점했다. 하지만 수원은 변화를 줄 엄두도 못 냈다. 백업 골키퍼 김선우뿐이었기 때문이다. 그때까지도 신화용은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 들지 못했다. 올 시즌 그는 고질적인 허리뿐만 아니라 무릎과 손목까지 부상을 입고 리그 11경기에 뛰는 데 불과했다.

경남과의 리그 26라운드를 앞두고 신화용이 출전을 자원했다. 당초 그의 복귀는 9월 중순 경으로 예정돼 있었지만, 골키퍼가 흔들리며 팀 전체가 흔들리자 부상 투혼을 각오했다. 특히 전북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 초점을 맞췄다. 그러기 위해선 경남전에 나서 미리 몸 상태와 경기 감각을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. 신화용은 여전히 통증을 안고 있지만, 노련미로 극복하는 중이다. 

결국 수원은 위기가 될 수 있었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기회로 바꿨다. 경남전이 끝난 뒤 “변수가 되고 싶다”고 했던 신화용도 그 약속을 지켰다. 하지만 그가 말한 변수는 골키퍼가 골을 넣거나 도움을 기록하는 게 아니다. 자신이 가장 잘 하고, 잘 해야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.

신화용이 큰 경기에서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단지 잘 막는 골키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. 이제 그는 팀을 움직이게 하는 베테랑의 위치에 있고, 누구보다 잘 수행한다. 구단 내부에서는 팀에 온 지 2년 밖에 안 된 선수가 10년차 선수 이상의 애정과 마인드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. 

서정원 감독의 사임 후 뒤숭숭한 팀 분위기를 바로 잡은 주역 중 한명도 신화용이다.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거듭 강조했다. “결과는 나중이라고 생각했다. 일단 그라운드 위에서 투쟁심을 갖고 싸워보자고 했다”는 게 신화용의 얘기였다. 그가 분석한 전북전 부진의 이유는 기술과 전술이 아닌 정신과 자세였다. 신화용은 “포항 시절에도 그랬지만 기술적으로 크게 밀리지 않는다. 그런데 그 이상으로 마음가짐과 자세에게 움츠리면 질 수 밖에 없다. 그 부분을 얘기했다”고 말했다.

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이 솔선수범했다. 신화용은 전북전 당일 오전까지 계속 몸 상태를 체크할 정도로 아직 부상 여파가 남아 있지만 의지로 그걸 이겨냈다. “나만 실점하지 않으면 앞에서 골을 넣어줄 거라 믿었다. 내 역할을 다 하고 싶었다”라고 말한 그는 상대는 물론,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겼다. 

어쩌면 신화용 자신이 스스로에게 계속 해 왔던 얘기일 것이다. 꾸준히 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활약해 왔지만 국가대표와 인연이 닿지 않은 체로 30대 중반을 맞았지만,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위치에서 노력했다. 그 결과 어떤 골키퍼보다 많은 트로피를 들고, 중요한 승부에서 흐름을 바꾸는 변수가 됐다. 아직 2차전이 남았지만 신화용의 그런 정신이 계속 팀에 공유된다면 수원은 더 높은 위치로 오르는 반전 드라마를 써 갈 수 있다.

글=서호정

사진=한국프로축구연맹

기사제공 서호정 칼럼